낭서고택 마루에 나서면 텃밭과 감나무, 동백나무, 대나무,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오솔길의 우거진 숲 사이를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걸어가면 세상의 묵은 때가 다 씻겨 가는 듯하다.
남사예담·오천군자·구림·모평마을
안뜰 고매화의 향기와 뒤뜰 대숲의 바람소리에 취해 고택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어떤 기분일까. 한국관광공사는 2010년 3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매화 향기 그윽한 산청 남사예담촌과 월출산이 앞산처럼 보이는 영암 구림마을 등 한옥마을 4곳을 선정했다.
◇남사예담촌(경남 산청)=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남사예담촌은 경남의 하회마을로 불리는 양반마을. 남사예담촌의 ‘예담’은 예스런 담이란 뜻을 가진 말로 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의 돌담은 약 3.2km. 사양정사, 이사재, 최씨고가, 이씨고가 등 양반집 주변에는 토담이 많고, 서민들이 거주하던 민가 주변에는 돌담이 많다. 토담과 돌담 사이 골목길을 걸어 다니는 것도 남사예담촌 방문의 즐거움.
남사예담촌의 한옥은 30여 채로 한옥숙박체험이 가능한 고택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사양정사 옆의 고가집과 이씨고가에서만 여행객들의 한옥숙박체험이 가능하다. 사양정사 솟을대문 앞에는 고매화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고려 말기의 세도가 하즙 선생이 심은 수령 700년의 원정매는 고사했으나 10년 전부터 후손 매화나무가 이른 봄마다 꽃을 피운다(산청군 문화관광과 055-970-6421).
◇오천군자마을(경북 안동)=광산김씨 예안파의 집성촌인 오천리는 입향조인 김효로의 종손과 외손 7명이 ‘오천 7군자’로 불리면서 군자마을이란 이름을 얻었다. 오천 7군자는 모두 퇴계의 제자로 한강 정구선생은 오천마을을 두고 ‘오천 한 마을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한다. 안동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 위기에 놓이자 종택과 누정 등 20여 채의 고택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7군자 가운데 대표적 인물은 퇴계의 수제자인 후조당 김부필(1516∼1577). 군자마을 정면에 자리한 고택이 후조당 종택으로 별당 대청에는 퇴계의 친필 현판이 당시 모습 그대로 걸려있다. 큰 방과 작은 방 그리고 대청으로 구성된 후조당 종택의 별당과 사랑채는 현재 고택 체험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안동시 관광산업과 054-840-6391).
◇구림마을(전남 영암)=헤아릴 수 있는 역사만 2200년이라는 영암 구림마을은 가마터 등 선사시대의 유물과 조선시대의 마을길, 그리고 500년 전통의 대동계가 연면히 이어져오는 전통마을로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마을 초입의 상대포는 1600여 년 전 백제의 왕인 박사가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일본으로 떠났던 포구. 죽정서원, 국암사, 죽림정, 호은정 등 12개의 정자와 전통가옥이 마을 곳곳에 산재해 있다.
구림마을의 안용당은 340년 역사의 한옥으로 서까래와 황토구들장 등 소박한 한옥의 정서에 푹 빠져들게 된다. 장독대, 산책로, 호수가 울창한 숲과 함께 어우러져 근처가 거대한 삼림욕장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450년 동안 대동계의 집회장소인 대동계사는 단정하고 규모가 커서 단체여행객이 머물기에 적합하다(영암군 문화관광과 061-470-2224).
◇모평마을(전남 함평)=조선 세조 때 개촌한 함평 모평마을은 파평 윤씨 집성촌이다.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되고 전남도로부터 행복마을로 선정된 모평마을의 한옥은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도시인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방안으로 끌어들인 게 특징. 모평헌, 소풍가 등 숙박체험이 가능한 한옥이 여러 채 있다.
모평마을을 대표하는 고건축물은 마을 뒷산인 임천산 산책로 입구에 위치한 영양재. 선비의 풍류가 배어있는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면 절로 시심이 우러난다. 모평헌에서 안샘을 거쳐 윤선식가옥에 이르는 100m 길이의 골목길은 시골 외갓집 분위기. 골목이 꺾이는 곳에 위치한 안샘은 동헌 내아에 있던 우물로 역사가 천년에 이른다(함평군 문화관광과 061-320-3364).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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